“저개발국 헌옷 처리 엉망…국내 소각이 더 친환경적”
탐사기획 헌 옷 추적기: 수거함에 버린 옷의 행방
③ 브랜드 의류업체 헌 옷 어디로
김현욱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 인터뷰
패스트패션 의류를 한 철 입고 버리는 게 보편화한 시대, 의류수거함에 옷을 버리는 행위는 그나마 죄책감을 덜어준다. 하지만 그 옷의 최후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겨레 취재팀이 추적기를 달아 확인한 결과, 의류수거함에 넣은 옷 상당수는 인도·타이 등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도상국으로 간 헌 옷의 일부는 중고로 판매되거나 원사로 재탄생하지만, 불법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현욱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024년 11월21일 개발도상국의 ‘옷 쓰레기 산’ 문제를 두고 “차라리 우리나라에서 소각하는 게 친환경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헌 옷들이 타이 등 동남아로 수출됐다가, 재판매·재활용되지 못하면 소각된다.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나?
“우리나라에서 소각하는 것보다 더 안 좋다. 염료의 경우 유기용제 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해성이 굉장히 높다. 이런 것들을 개방된 마당에서 특별한 시설 없이 태우면, 소각 온도가 낮기 때문에 완전연소(연료가 충분한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만 변환되는 연소 과정) 되는 게 아니다. 이산화탄소로 전환되지 않고 (위해성 높은) 화합물들로 부분 분해된다. 옆에 있는 사람이 그걸 마신다고 생각해보라. 결국 발암물질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배출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헌 옷 쓰레기를 우리나라에서 처리하는 게 나은 건가?
“옷 쓰레기를 우리한테서는 (수출로) 없애는데, 정작 저개발국에서는 엉망으로 처분되고 있다. 위해성이 있는 폐기물은 바젤협약(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교역을 규제하는 협약)으로 수출을 못 하게 돼 있지 않나? 의류가 거기서 빠져 있는데, 의류가 폐기물로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헌 옷 섬유 표백 노동자들이 보호장비 없이 일하고, 폐수도 불법적으로 버려진다.
“염색 폐수는 독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나라 염색공단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매우 복잡한 공정을 통해 정화된다. 저개발국에선 이런 복잡한 폐수 처리 공정이 적용되지 못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의류에 관해) 마지막 단계까지 탄소배출량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아직 한국은 인벤토리(배출 목록)가 안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면이라고 하면, 이 면이 재배될 때부터 들어가는 물의 양과 탄소량, 또 섬유를 뽑아서 우리가 옷을 가공하고, 팔고, 입고, 수거함에 넣고, 수출되고, 분류되고, 그 뒤에 배출되는 것까지 (탄소배출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손고운 한겨레21 기자 songon11@hani.co.kr 박준용 한겨레21 기자 juneyong@hani.co.kr